그림 선물에 담긴 기분
“삶에서 선물을 하거나 받는 일은 은근히 지속된다.”
선물할 일도, 받는 일도 많다니. 이렇게 보면 인간관계가 넓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되려 인간관계가 좁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얕은 관계끼리 비지니스 목적이 아닌 이상 선물을 주고 받지는 않으니까.
대상이 한정돼 있음에도 선물을 자주 주고 받는다는건 그만큼 내가 한명 한명과 좁지만 깊은 관계를 추구한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럼 대체 언제, 왜 그렇게 선물을 주고 받는걸까. 생일 같은 날에는 물론이고, 외국에 나갔을 때, 주거지를 옮겼을 때, 승진, 둘만의 기념일,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냥 하고 싶어서’. 이렇게 이유는 늘 많은데 그만큼 매번 무엇을 선물할지가 고민이다.
허물없는 사이끼린 갖고 싶은걸 고르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내가 예상치 못한 것, 특히 내가 직접 살 것 같진 않은 무엇을 받았을 때는 그 신선함과 기쁨이 배가되기도 한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이 ‘그림선물’ 은 내게 그런 기분을 안겨 주었다. 받아보기 전까진 그 느낌을 알 수 없는 그런 기분. Poppy 아트프린트 ⊕
– 특별한 기분을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 –
몇 개월전 친구로부터 맑은 느낌의 노란색 꽃이 담긴 사진 액자를 받았을 때 방 한 켠에 세워두고 몇 날 며칠을 들여다 보며 ‘특별한 기분’ 을 음미했다.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땐 물론 어떤 선물이건 상대방의 마음이 느껴지기에 기쁘지만, 그 여운이 두고 두고 오래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그림’ 이란건 좀 달랐다. 급기야 난 그림선물을 받은 날 꿈에서 다른 이에게 자랑했고 그걸 들은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선물로 또 준 것이다!
해몽이나 사주 같은 걸 믿진 않지만 꿈의 생생함을 핑계 삼아 찾아보니 꿈속의 그림은 ‘희망,욕망,인연,회생,복원,믿음,공생,관심’ 이런걸 상징하는게 아닌가. (그림선물을 받는단 자체가 길몽을 뜻한다는 것!) 해몽이 현실세계에서 맞은 적은 거의 없지만 저런 긍정적인 키워드라니 이 일을 떠올리면 당시의 기분이 생각나곤 한다.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에 그림을 선택한단 자체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기분을 안겨 준다는 면에서 ‘그림선물’ 은 특별하다. 흔히 주고 받는 선물이 아니라는 것, something special 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림선물은 내 취향을 선보이는 일이기도 하며 상대방에게 다가가기도 좋은 기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