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
스페인 출생의 화가이자 조각가, 도예가인 파블로 피카소 (1881.10.25 – 1973.4.8)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피카소는 1900년도에 파리로 처음 이주해 작품활동을 하였는데, 파리의 화려한 겉모습과 대조되는 우울한 실상을 블루톤으로 그려내며 청색시대를 이끌었다.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사진출처: Flickr
1904년부터 그의 작품은 점점 밝아지며 이른바 청색시대에서 장밋빛 시대로 바뀌었고, 이후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피카소는 다양한 양식을 창시해 나가며 예술사에 남을 상징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초기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보여지는 피카소의 급진적인 미술에 영향을 받지 않은 20세기의 미술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곡예를 하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신체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레이톤의 매트한 배경 위에 그려진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모습은 가느다란 선과 함께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작품을 보다보니 20세기 둘째가라면 서러울 거장 마티스의 <블루 누드>시리즈가 떠오르는데, 실제로 피카소는 마티스와 우정과 경쟁의 관계 속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피카소는 마티스 뿐 아니라 호안미로, 자코메티, 프리다칼로 등 동시대 작가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며 새로운 미술을 끊임없이 탐구하였다.
끊임없이 재조명되는 작품세계
수많은 예술가의 영감이 되어 온 거장 피카소의 작품은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끊임없이 큐레이팅 되고 있다. 현재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는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는 작품들로 채워진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피카소의 50대. 그가 마리 테레즈와 사랑에 빠져있던 때에 거의 매일 그렸을법한 그림, 드로잉, 조각작품 1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피카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재조명하는 전시이다.
피카소의 전시는 시기별, 형식별 대표작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회고전 형식의 큐레이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기획되고 있는데, 피카소의 꾸준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가 겪어온 시대와 현실
피카소의 그림은 시대별로 많은 변화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1930년대는 고향 스페인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과 동시에 작가로서는 부와 명성, 사랑 등 모든 것을 얻은 작가의 풍요로움이 공존하는 복합적 시기였다. 큐비즘을 비롯한 그의 파격적인 양식들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의 이면에는 그가 겪어온 시대와 현실이 담겨져 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 퍼붓는 융단 폭격 장면을 묘사한 이 그림은, 3.49 x 7.77m에 달하는 대작으로 전쟁의 참상에 대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1937년 이 도시는 스페인 내란 때 나치 비행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작품 속에서는 전쟁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면 죽어가는 말, 죽은 병사, 죽은 아이를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 등 묘사된 이미지들은 전쟁의 파괴적인 삶을 비난하기 위한 모티브이다. 황소는 보이지 않는 침략자를 이겨내리라는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현실이다.”
-파블로 피카소-
현실은 그야말로 피투성이의 끔찍한 모습이었겠지만, 이와는 대조적인 절제된 그레이톤으로 그려내어 전쟁의 참혹하고 암울한 현실을 더욱 상징적으로 이끌어내었다.
삶이자 에너지, 여인의 향기
불안함과 풍요로움의 공존 속에서 고정관념과 금기를 깬 파격적인 작품과 양식을 창조한 피카소는 예술사에 남을 상징적인 작품들도 많이 남겼지만, 그가 한결같이 그리고자한 단골 소재는 그의 곁에 함께하는 여인들이었다. 그의 삶의 전부였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여인들. 끊임없이 화폭에 담아온 여인들이야말로 그의 작품과 삶에 에너지를 주는 존재였으리라.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 피카소는 수많은 여인들을 만났고, 죽을때까지 조건없이 사랑했다. 수많은 여인들 중 몇몇 여인은 그의 작품을 통해 알려져 있다. 그 중 가장 창조적인 영감을 준 여인으로 알려져 있는 ‘마리 테레즈 발터’는 피카소가 마흔 다섯 살이 되던 해인 1927년 당시 열일곱 살의 건강하고 관능미 넘쳤던 소녀였다. 풍만한 몸과 금발 머리의 젊고 아름다운 이 여인은 고전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오똑한 콧날, 푸른 회색빛 눈을 가진 이상적인 미인으로 피카소의 구애 끝에 사랑을 하게 되었다.
1932년 당시 24세의 젊은 여인, 마리 테레즈 발터를 그린 초상화이다. 이라는 제목처럼 꿈을 꾸는 여인의 모습에서 평온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독서를 하거나 잠들어 있는 마리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딱딱하고 분할된 형태에서 벗어난 가느다란 곡선의 라인과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사랑에 취한 듯 눈을 감은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여인의 얼굴과 몸에 보여지는 푸른빛과 장밋빛의 색은 의도적으로 절반씩 나누어 현실과 꿈이라는 두 세계를 표현하고있다. 잠이든 마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몸이 나른해지며 스르륵 단잠에 빠져들 것만 같다.
마리 테레즈를 그린 작품 중에서 피카소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으로, 대담한 원색과 강렬한 선이 인상적이다. 왼쪽에는 젊은 마리의 모습, 오른쪽 거울 속에서 보여지는 늙고 시들어가는 마리의 모습으로 서로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임신에 대한 암시를 주듯 불룩하게 표현된 배와 어딘가 행복해보이지 않은 마리의 모습에서 인간사 다 그렇듯 세월의 흐름과 생과 사의 관계를 읽을 수 있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기운이 감도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사랑은 삶의 최대 청량, 강장제이다.”
-파블로 피카소-
나이를 불문하고 이어온 그의 여인들을 향한 사랑은 초상화 속에 담겨져 묘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삶의 흔적과도 같은 여인들의 모습 뒤로 사랑꾼 피카소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 것만 같다. 세상을 떠난 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피카소의 작품들로 삶에 사랑과 기운을 불어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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