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색으로 그린 정원 ‘마르크 샤갈’
/ 생 폴 드 방스를 사랑한 샤갈 /
샤갈이 사랑했던 중세마을, 생 폴 드 방스는 프랑스의 남부, 프로방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언덕 위에 위치한 중세의 요새마을이다. 샤갈은 1947년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 귀화하여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이곳을 ‘제 2의 고향’으로 섬겼다. 그가 산책했던 골목길과 언덕 아래 아름다운 풍광들은 작품의 소재이자 오랜 반려자였다.
프로방스에서 아를과 액상프로방스가 각기 고흐와 세잔의 마을로 불린다면, 생 폴 드 방스는 ‘샤갈의 마을’로 불린다. 고흐나 샤갈 같은 작가들은 기후가 좋고 자연과 마을이 아름다운 곳에서 수많은 영감을 받으며 내면의 무언가를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샤갈에게 있어서 고향 마을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삶의 안정을 가져다 준 곳, 화가로서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곳, 생 폴 드 방스. 아마도 이 곳만이 연출할 수 있는 마법적인 구석이 있는게 아닐까.
/ 꽃과 여인 /
화면을 가득 채운 화사한 원색의 꽃이 압도적이다. 이 그림은 1973년 샤갈이 사랑했던 프랑스 남부의 한 지역, 앙티브에 위치한 정원을 그린 작품이다. 단순히 꽃이 만발한 정원을 그린 풍경화로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 여인과 도시가 함께 그려지며 샤갈 특유의 ‘몽환적인 시공간’이 만들어졌다. 화면 중앙의 꽃을 중심으로 후경에는 자신이 살았던 오래된 마을 생 폴 드 방스의 풍경이, 전경에는 잠든 여인이 눈과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잠들어 있다. 잠든 여인과 꽃이 있는 이 그림에서 어떤 걱정거리를 찾을 수 있을까.
샤갈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꿈꾸었다고 한다. 샤갈의 풍경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여인’은 그에게 휴식이자 빛과 같은 존재로, 환상적이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소이다. 여인과 더불어 단골 소재인 ‘꽃’은 사랑을 극대화 시키는 장치로서 비록 삶은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사랑에 대한 감정만큼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속 에디션의 원작은 유화이지만 캔버스에 스며든 듯 부드러운 붓터치의 색채는 수채화를 연상케하며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상상이 곧바로 화폭에 옮겨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을 제대로 느끼려면 이해를 도울 논리도 필요하겠지만, 샤갈의 작품들은 그림에 대한 일가견이 없다해도 그의 색채는 보는 이에게 황홀감을 안겨준다.
/ 사랑의 색 /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단하나의 색깔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고결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이야말로 그가 그림과 삶 속에서 끊임없이 추구했던 화두였다. 예술가의 삶은 정형화할 수 없으며, 그것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 비엔나의 알베르티나 등 주요 미술관에서 개최되며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마르크 샤갈처럼 국내에서 전시와 각종 매체들을 통해 많이 알려진 작가, 즉 소모된 경향이 있는 작가들은 도리어 원작의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목도나 관심과 관계없이 샤갈은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최고의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그가 남긴 그림 속에서 사랑과 희망의 색을 음미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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