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본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펭귄북스 Penguin Books’는 1935년 앨런 레인이 창립한 영국의 책 출판사이다. 펭귄북스의 등장은 기존의 페이퍼백 출판을 한 단계 더 높여준 혁명적인 것이었다. 원하는 책을 주로 빌려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대중에게 종이 표지라는 간편한 형식에 작은 크기, 6펜스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문학은 현대적 생활양식의 또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펭귄북스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인해 영국에서 페이퍼백의 출판 붐이 일어났고, 해외로까지 퍼져나갔다. 펭귄북스의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바로 ‘디자인’이다. 펭귄북스는 매력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으며 ‘펭귄북스’라는 브랜드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표지면을 3단으로 나누어 상단은 긴 타원형 도형 안에 ‘펭귄북스(PENGUIN BOOKS)’라는 문구를 넣었고, 가운데에는 책 제목, 하단에는 펭귄 로고를 중앙에 배치시켰다. 말하자면, 펭귄북스는 표지에 책의 제목이나 저자를 강조하는 다른 출판사와 달리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펭귄북스 이전의 문고판 발행인들은 디자인과 글의 질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펭귄북스의 책들은 디자인과 양질의 내용까지 갖추고 있었다. 펭귄북스가 20년간 영국 페이퍼백 시장을 석권하면서 ‘펭귄’이라는 말 자체가 페이퍼백과 동의어가 되었다.